나의 숨은 떨렸으며, 손길은 분주했다. 지금 나는 희대의 실험, 아니 그저 너무나도 원대한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그렇다 이것은 하나의 의식이었다. 제사였고 행사였다.
갓난쟁이의 탯줄을 자르듯 실밥을 잘랐다. 희고 가는 다섯개 손가락이 좌우에 늘어져 있었다. 곧 이 손가락들이 내 손가락들과 엮어질 것이다. 곧 이것이 날 아비라고 부르며 내 코를 만지고, 저 검푸른 입술에 핏기가 도는 순간 내게 입을 맞출 것이다.
흥분에 겨워 머리가 어지러웠다. 30분이 남았다. 이제 100장이 넘어가기 시작하는 논문의 마지막 문장을 적을 때가 되었다. 그 전에 나는 내 이름을 적었다.
빅터 애덤슨.
(아담의 아들이라는 내 성은 웃겼다. 나는 아담을 본 적이 없다. 나는 자칭 하와라는 그 여자와 살았다. 그 여자는 죽었다.)
28분이 남았다. 심호흡으로 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으면 안되었다. 내 피를 주입한다. 아, 네 온몸에 혈색이 돈다. 내 사랑스런 자녀의 검푸른 입술이 붉게 변한다. 혈액 팩을 갈고, 또 갈아낸다. 어차피 네 골수 또한 내 것이었다. 네 뼈가 내 뼈고, 내 피가 네 피였다.
나는 그저 살덩어리와 대체 불가능한 장기 몇개를 조금 빌렸던 거였다. 그게 단지 너였다. 나는 내 모든 인간성과 사랑을 너라는 휴지통에 욱여넣었다. 단지 너뿐이었다...
얼마의 피를 집어넣었을까. 1분이 남았다. 나는 숨을 고른 후 심장 재세동기의 전원을 켰다. 봉긋한 가슴 위와 아래에 그것을 붙인다. 그 행위가 날 여러가지 의미로 흥분시켰다.
지잉, 첫번째 음. 지잉, 두번째 박동. 네 맥박이 뛴다. 혈류가 공급되기 시작한다. 동이 튼다. 세번째 네번째 맥박이 뛴다. 아아, 다섯번째 맥박이 뛴다. 그 두근거림이 아비인 내게 그대로 전해져온다. 제발, 나의 자녀여. 제발.
헉, 하는 숨소리가 울린다. 그것은 내 숨이었을까, 네 숨이었을까. 아무래도 상관은 없었다. 풍성한 속눈썹이 달린 눈꺼풀 두 개가 접혀올라간다. 탁한 검정색의 눈동자가 나타난다. 아아 그것이 날 바라본다. 조금 창백한 입술이 건조하게 열린다. 붉은 혀가 움직인다. 네 고개가, 시선이 나를 향한다. 목의 실밥이 살짝 비틀어진다. 아아...
"..."
눈이 마주친다. 아름다운 까만 머리칼이 수술대 밑으로 흘러내린다. 장골이 도드라지는 골반 아래 대퇴골이 회전한다. 네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본다. 혹여 네 접합부의 실밥이 튿어질까. 나는 멈추지 않고 눈동자를 굴린다.
"..."
"...안녕,이라고 해보렴."
"...안녕."
안녕.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브. 그래 네 이름은 이브였다. 전야의 햇빛 아래 네가 깨어났다. 내 반려. 내 자녀. 그 모든것, 그보다 더한 것이 너였다. 너는 나의 증명이다. 너는...
"아무런 기억이 없지?"
"..."
"너는 지금 태어난 거란다. 몸은 맘에 드니..."